소설들 보관자료/나락의 끝에서 보는 것
나락의 끝에서 보는 것 / 여행의 시작
Kinesis
2009. 11. 26. 04:55
한 없이 나약한 존재 인간.
불을 향해 뛰어드는 불나방 처럼 헤어나오지 못할 것을 알면서 나락의 수렁에 몸을 던진다.
그 누가 인간을 바라보며 아름답다 하던가. 누가 그리 말하던가…
태초에 신이 있었다 하더라.
그 신은 흙으로서 사람을 빚고 숨결로서 생명을 불어 넣었다 하더라.
또한 기적을 일으키고 신에 가까운 모습으로서 죄를 그리고 용서를 부여하고 삶을 살게 했다 하더라.
자 그럼 당신에게 묻는다.
지금, 신은 당신의 부름에 응하는가?
지금, 당신의 눈가에 흐르는 붉은 핏물은 무엇인가.
당신은 지금 왜 무엇으로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가………
─ 전편 마지막 부분 이야기 ─
"나는 나의 아들을 믿는다. 그리고 나의 딸을 믿는다"
다시금 어머니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소년 세드는 결정해야 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어머니가 살아계신 동안만큼만 살아있자. 최소한 죽더라도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 본 뒤에나 하자.'
결정을 내리자 육체와 정신은 누군가가 끌어올리듯 빛을 향해 끌어올려졌다
사람들은 때때로 여행을 떠난다.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한 여행으로, 자신의 고민을 풀어줄 해답을 찾기 위한 여행으로, 추억을 만들기 위한 여행으로 또는 마음을 비우기 위한 여행으로……
- 뚜벅─
한 발자국, 생각을 떠올린다.
- 뚜벅─
두 발자국, 고민을 떠올린다.
- 뚜벅─
세 발자국, 생각을 떠올린다.
- 뚜벅─
다시 한 발자국, 생각을 버린다.
- 뚜벅─
다시 두 발자국, 고민을 버린다.
- 뚜벅─
다시 세 발자국, 생각을 버린다.
천천히 고개를 든다. 지면에서 경계선으로, 경계선에서 허공으로, 지면의 색이 차차 하늘색으로 소년의 눈을 매꾸어간다.
'크다'
하늘위의 광활함에 소년은 문뜩 자신을 생각한다. 모래, 모래보다는 크다. 자갈, 자갈보다도 크다. 돌맹이, 돌맹이보다도 크다. 도로. 머리를 나타내는 자그마한 동그라미만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도시, 나는 더욱 더 작아진다. 국가, 나는 묻혀서 보이지 않는다. 월드, 지구, 우주. 자신은 점점 작아져만 간다. 자신이 사라졌다 해서 이 세상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어느센가 스스로 답을 내기를 접는다.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하고, 또 느낀다. 어떠한 한 기로에 서서. 자신이 사라진다 해도 세상은 달라질 것이 없다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런 냉혹한 현실을… 그리곤 때때로 눈물조차 흘리지 않고 평범하게 받아들이는 자신을 바라보며 한숨섞인 안타까움을 내뱉는다. 언제부터 자신은 그렇게도 딱딱해진 걸까? 언제부터 자신은 그렇게 무감각해진 것일까?
- 뚜벅─
다시 소년을 발걸음을 옮긴다.
또 사람들은 생각한다.
'언제부터 이렇게 망가진 것일까?'
자신은 답을 모르겠다 이야기하고 있다. 어쩌다 이러한 지경에 까지 왔을까? 어쩌다 이리도 처참하게 서 있을까? 다시 한번 생각해봐도 어쩌다 이리 되었는지 모르겠다라는 말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문뜩 자신은 그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그러나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 인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곤 다시 다른 곳에서 답을 얻어내려고 한다.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다 한들 인정하고 싶지 않다.… 인정하면… 자신은 보다 더 추하게 망가져 버릴 것만 같은… 자신은 잘못되지 않았다고, 옳은 선택을 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
- 뚜벅─
"하아…"
마음의 창을 주변으로 돌린다.
녹색의 풀과 나무들 그리고 청명한 바람이 스쳐지나간다.
녹음사이로 상쾌한 공기가 코를 간지른다.
폐를 훑는다.
머리를 식힌다.
땀을 훔친다.
- 뚜벅─
또 다른 발걸음 소리, 또 다른 누군가가 땀을 훔치는 모습이 창을 통해 들어온다. 세상은 그렇게 자신만이 있는것이 아니라는 것을 소년에게 비춰준다. 마치
"너는 이것들을 보고 있니?"
라고 묻고 있는 것처럼.
- 뚜벅─
세상은 생각처럼 아름답기만 하지 않다.
- 뚜벅─
세상은 생각보다 더럽고 추하고 또 무서워질 수 있다.
- 뚜벅─
하지만 바라볼 수는 있다.
- 뚜벅─
소년은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미래는 현재가 되고, 현재는 과거가 되고, 과거는 추억으로 바뀌어 간다. 손을 들어 바라본 시계에서는 '재깍…재깍…' 시계의 초침 움직이는 소리가 귀를 간지르듯 들려온다.
- 재깍─
시계는 시간이 흘렀음을 들려준다.
- 끼이이이익─
소년은 세상을 보는 문을 열었다.
- 쿠웅─
문이 열린 그곳에 서 있는 소년은, 소년에서 청년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청년이 된 세드는 손을 뻗어 느끼고, 시선을 들어 바라본다. 자신이 보게 될 세상을……
이번은 죽음에서 발걸음을 돌린 세드가 세상을 보고 이야기 하기 위한 전 단계로서 소년에서 청년이 되는 것을 발걸음이라는 매체를 통해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또 그러한 것을 미리 살짝 알리는 듯이 세상을 보는 눈을 여는 것으로서 표현했습니다.
앞으로는 세상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작가만의 세계를 꾸며 풀어 이야기하는 시나리오의 전개가 이루어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