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들 보관자료/나락의 끝에서 보는 것

나락의 끝에서 보는 것 / 프롤로그 #2

Kinesis 2009. 7. 12. 23:24

 한 없이 나약한 존재 인간.
 불을 향해 뛰어드는 불나방 처럼 헤어나오지 못할 것을 알면서 나락의 수렁에 몸을 던진다.

 그 누가 인간을 바라보며 아름답다 하던가. 누가 그리 말하던가…


 태초에 신이 있었다 하더라.
 그 신은 흙으로서 사람을 빚고 숨결로서 생명을 불어 넣었다 하더라.
 또한 기적을 일으키고 신에 가까운 모습으로서 죄를 그리고 용서를 부여하고 삶을 살게 했다 하더라.

 자 그럼 당신에게 묻는다.
 지금, 신은 당신의 부름에 응하는가?
 지금, 당신의 눈가에 흐르는 붉은 핏물은 무엇인가.
 당신은 지금 왜 무엇으로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가………



─ 전편 마지막 부분 이야기 ─

 '제발 누군가… 도와줘…'

 마음으로 바라는 소망은 누구하나 응해주는 사람 없이 산산히 부숴지고, 작은 몸집에 치여 이리저리 쓰러지고 너저분하게 뒹구는 책상과 의자, 어느센가 흘러나온 책상 서랍속의 책과 필기구들에 멀찌감찌 벽에 붙어 바라보고 있는 아이중 몇몇은 떨어진 자신의 물건을 걱정에 울상아닌 울상이 가득해진 표정으로 변한다.



 드르르륵. 탁. 미닫이식으로 되어 있는 문이 닫히며 한 아이가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다급한 목소리로 학급의 아이들에게 크게 외친다.

 "선생님 오신다!"

 단순한 한마디의 여파는 잔잔한 물 위에 떨어진 돌이 일으키는 파동원처럼 크게 퍼져나갓다. 넘어진 책상과 의자는 금세 제 자리를 찾았고 떨어진 필기구와 공책과 책들은 자신의 것을 확인한 주인의 손으로 들어간다. 그 와중의 몇몇 탐내던 물건을 발견한 아이는 남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끔 숨겨서 가져가는 것도 잊지 않고 물건이 빈 것을 확인한 아이들은 울상을 지으면서도 급한 와중에 제 자리로 돌아간다.

 "조용히 해라 알지? 말만해봐 가만두지 않을거야"
 "아픈 척 티도내지마 안아픈거 알고 있으니까 알았어?!"

 괴롭히던 아이들은 돌아가면서 한번 더 주의를 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 곧 닫혔던 미닫이 문이 열리며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자 여러분 오늘 하루도 잘 공부 했나요? 멋진 어른이 되고 좋은 곳에 가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해야해요 알고있죠?"

 여성인 담임 선생님의 말한마디에 아이들은 마치 미리 짜두기라도 한듯 일제히 "네" 라고 답한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소처럼.

 "다들 몇일 전부터 아시다시피 내일은 학교의 행사가 열리는 날이에요. 이런 저런 상들도 많이 준비되어 있는데, 우리 반에서도 상을 받는 사람이 생겼네요. 그게 누군지는 내일 알 수 있으니까, 다들 내일 그 친구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로 해요 알았죠?"

 선생님의 이야기에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다시금 네 라고 대답하고 평소와 같이 창가에 비치는 작은 햇살이 교내를 비추며 선생님의 종례가 시작된다. 다음날 이루어질 예정들, 주의사항, 참고사항. 그 모든것이 어린 아이들이 들을 수 있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상냥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그렇게 아이들을 바라보고 대한다.

 "자 그럼 모두 오늘 고생했어요. 이제 집으로 돌아갑시다. 끝!"

 끝이라는 말과함께 해산을 알리는 듯한 선생님의 박수소리가 아이들의 발걸음을 재촉시킨다.

 하교시간의 모습은 참으로 다양하다. 홀로 돌아가는 아이, 친한 아이와 같이 돌아가는 아이, 무리를 지어 돌아가는 아이서부터 좀 더 따져서 발걸음이 가벼운 아이 발걸음이 무거운 아이. 집으로 향하는 아이와 학원으로 향하는 아이.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자신만의 아지트로 향하는 아이. 괴롭힘을 당하던 아이의 발걸음은 조금 멀리 떨어진 동네의 작은 놀이터로 그 발걸음을 무겁게 옮기고 있었다.

 끼이익 끼이익 끼이익-

 흔들거리는 그네가 쇳소리를 내며 앞뒤로 내달린다. 얼마나 그네와 익숙해졌을까? 발장난을 치지 않아도 그네는 몸의 유동만으로도 크게 움직였다.

 "왜 그래… 웃어야지… 이렇게 돌아가면 엄마가 걱정하잖아… 걱정시켜선 안된단 말야… 웃어야지… 응?… 웃어… 웃으라구…"

 아이는 자기 자신에게 타이르듯 흔들리는 그네 위에서 웃는 표정을 만들어 보이며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무엇이 이 아이에게 그토록 힘들게 만들었을까? 아이는 단지 어머니에게 걱정을 끼쳐 드리기 싫다는 이유로 혼자 웃음을 만든다. 그리고 얼굴에 표정이 자연스러워 졌을때 아이는 다시 가방을 챙겨들고 집으로 향한다.

 해는… 황혼을 그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두번째 프롤로그. 아마도 프롤로그는 세번째나 네번째에서 끝날 듯 싶다.
 프롤로그의 내용은 아이가 아주 어릴적 모습을 잠시 보여주는 부분이다.
 어떠한 취급을 받고 어떠한 대우를 받고 어떤 일이 매개체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로인해 어떤 방향을 잡았는지를 표현해주기 위해 쓴 부분이다.

 어떤내용 전개가 될지는 좀더 가봐야 알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