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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의 끝에서 보는 것 / 프롤로그 #4

Kinesis 2009. 9. 27. 13:09


 한 없이 나약한 존재 인간.
 불을 향해 뛰어드는 불나방 처럼 헤어나오지 못할 것을 알면서 나락의 수렁에 몸을 던진다.

 그 누가 인간을 바라보며 아름답다 하던가. 누가 그리 말하던가…


 태초에 신이 있었다 하더라.
 그 신은 흙으로서 사람을 빚고 숨결로서 생명을 불어 넣었다 하더라.
 또한 기적을 일으키고 신에 가까운 모습으로서 죄를 그리고 용서를 부여하고 삶을 살게 했다 하더라.

 자 그럼 당신에게 묻는다.
 지금, 신은 당신의 부름에 응하는가?
 지금, 당신의 눈가에 흐르는 붉은 핏물은 무엇인가.
 당신은 지금 왜 무엇으로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가………



─ 전편 마지막 부분 이야기 ─

 아이가 도착한 곳은 집에서 다소 멀리 떨어진 사람이 얼마 없는 작은 놀이터. 작은 아이는 조그만 그네에 앉아 또 홀로 그네를 움직인다.

 "흑…흑흑…"

 여린 볼가를 타고 투명하게 흐르는 물줄기. 눈물이 아이의 볼을 타고 허벅지 위의 바짓자락을 적신다.

 "엄마… 미안해… 미안해…"

 아이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해는 떨어지고 자정을 넘을 때까지 어둠이 드리워진 골목길을 방황하던 아이. 그 아이는 시간을 두고 집 앞을 배회하다 모든 불이 꺼지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전날의 행사는 끝났고, 또 다른 하루가 그 모습을 존재없이 드리우고 어색하지 않은 흐름에 시간을 띄워 흘리고 있다. 아이는 결국 집에 돌아가서도 미안하다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때때로 사람은 정말 미안한 일에 대해서는 사과조차 할 수 있을만한 자신감 마저 너무나도 무력하게 상실해 버린다. 미안함을 과하게 느끼고 있을 수록 사과라는 이름의 사죄는 더한 무게로서 그 사람을 짓누른다. 이 아이에게만 한정된 것일까? 이 아이 역시 이 굴레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 친구집 ─

 "그럼 안녕히 계세요~ 아주머니"

 아이의 몇 없는 친구… 오늘은 그 아이가 친구의 집에서 놀다 돌아가게 되었다. 중간까지는 아이와 그 아이의 친구밖에 없었던 것이, 오후 늦게 초저녁이 되어가는 시간이 되어 아이의 어머니가 돌아옴으로서 놀던 것을 정리하고 친구의 집 밖으로 발길을 돌렸다.

 - 찰칵

 친구의 집을 나오고 아이는 그날 따라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허탈 감에 친구의 집 문앞에서 잠시 기대고 서서 빌라의 계단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잘 놀았는데도 왜 마음속에서는 이렇게 말 못할 미묘한 아픔이 찔러오는 걸까. 나름 잘 놀았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몇 안되는 친구, 그렇기에 그 몇 안되는 친구만큼은 자신에게 소중하다고… 그런친구와 놀았으니 기뻐야 할 것이라고, 하지만 왠지모르게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이 가슴을 죄여오는 괴로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아이는 문뜩 그 이유가 부모라는 것을 깨닫는다.

 '나도 정상적인 부모가 있었다면…'

 사실상 아이의 아버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현실은 때때로 아버지가 없는 것 보다 더한 고통을 선사하기도 한다. 아버지라는 사람이 없다면 자신이 원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머리속에서 그려넣으면 된다. 자신을 보며 웃어주고 때로는 잘못된 것을 보고 꾸짖어주기도 한다. 더 어렷을 적에는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서 양 부모의 손을 잡고 점프도 하며 웃었으리라. 자신이 원하는 이상을 그린다.

 그러나 이 아이에게 있어서 만큼은 그러한 이상과 바램은 더 이상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이상과 바램일 수 없었다.


 - 벌컥 벌컥 벌컥

 술에 만취해 길가에 쓰러져 지나가던 경찰에 의해 연락이 들어와 어머니가 끌고 들어온 아버지. 술을 마신뒤에 오는 갈증에 물을 요구하자 아이는 혹 뒤에 일어날 일을 두려워하며 물그릇을 떠다 주었고, 아버지라는 사람은 한번의 멈칫거림 없이 물을 들이 켰다.

 - 쉬익 퍽!…

 빈 쇠그릇은 물을 떠온 아이. 즉 자기 자식에게 던져졌고, 그 그릇은 아이의 몸에 충돌하고서 바닥으로 떨어져 띵띵 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닥을 굴렀다.

 "꺼져 자식아! 넌 내 자식이 아니야! 네 애미가 외간질 해서 낳아온 자식이란 말이다! 꼴도보기 싫으니까 꺼져버려!"

 날아온 그릇에 맞고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던 아이는 감추려던 눈물을 결국에는 넘쳐올라오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떨어트려버린다. 뚝 뚝 뚝. 무릎 꿇은 바지위는 점차 그 작은 아이의 눈물로 적셔져가고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아이의 손과 몸은 그저 추위라도 들린듯 바들바들 떨릴 뿐…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현실에 어떻게 해볼 수 없다는 현실이 그 작은 아이의 심상을 더욱 절망과 상처로서 물들였다.


 "좋겠다. 양 부모가 다 계셔서"

 친구네 집 문 밖에서 그 작은 아이는 아무도 들을 사람이 없건만 나지막이 한숨을 토한다.

 "이제 슬슬 가야지?…"
 -말…지 …… 왜 말을 …들어… 몇번을…… 말해……

 가슴아픈 회상에서 벗어나 돌아가려던 아이의 발걸음을 갑작스레 문 안쪽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붙잡는다. 회상하다 붉어져 오르던 눈가에서 결국에는 아이는 또 눈물을 흘리고야 만다.
 
 '다시한번 버려졌다. 필요없는 존재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라는 사실에 아이는 그 말을 잊지말고 기억에라도 담아두려는 듯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떨군채 발 한자국 움직이지 않았다.

 "엄마가 그 애랑 놀지 말라고 몇번을 말했어! 넌 기필코 맞아야 말을 듣는거니! 이리와!"
 - 찰싹, 찰싹

 다른 아이들이 어울려주기 않기에, 전학오는 아이들만을 골라서 말을 걸고, 전학 오는 아이들에게 만이라도 친구가 되고 싶어 어울렸다. 그리고 처음에는 그저 평범하게 어울려 주었다. 하지만 다시 현실은 어른들로 인하여 그 친구마저 뺏어간다. 아이에게는 그것만이 현실로 다가왔다.

 "저 애는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는게 아니라 좋은애가 아니라고 몇번을 말했니! 그런애랑 놀면 뭐가 되냐고!"

 아이를 때리며 혼내는 소리와 함께 다시금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귓가를 때린다. 이미 익숙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길가를 걸어다니다가만 봐도 이미 몇몇의 어른들은 밖에서 자신이 보는 앞에서 그러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은 듯 내 뱉는다. 어린 자신의 가슴에 얼마나 날카로운 상처를 내는지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만은 그러한 어른들 보다 문 너머에서 자신에게서 기껃 얻은 친구를 뺏어가는 그 어른이 더욱 밉게만 느껴진다.

 최소한 그들은 밖에서 내가 보는 곳에서 그러한 말을 함으로서 애당초 어울리게 만들 생각조차 포기하게 만들어줬다. 하지만 지금 문너머의 이 어른은 다르다. 겉으로는 잘해주는 것 처럼 하더니 결국 내가 안보이는 데서는 다른 어른들과 다를게 없었다. 위선자… 위선자… 위선자… 이제는 기껏 만든 친구라는 존재마저 나에게서 뺏어가려 한다.

 아이는 멈춰있던 자리를 박차고 내달렸다. 그저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곳, 이제는 자신의 또 다른 친구처럼 느껴지는 장소. 작은 놀이터의 그네를 찾아 달린다. 고개조차 들지 않은 채 바닥만을 쳐다보고 달린다. 자신이 너무 작게 느껴진다. 초라하게 느껴진다. 어디를 가도 환영받지 못한다. 어른들은 잘해주는 척 하고는 뒤에서 자신을 욕하고 또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자신의 남은 부분마저 빼앗고 상처주려 한다. 너무 초라한 자신에 세상이 주는 아픔의 무거움은 그 고개마저 들지 못하게 아이를 내리 뭉겠다.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거야. 날 미워하고 날 상처준 어른들… 나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가려고 한 것들…'

 아이는 놀이터에 도착했다. 놀이터에 도착하여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고개를 든 곳에는 교회 하나가 버젓이 서 있었다.

 '빌어먹을 신. 하느님? 웃기지마. 내가 이렇게 아파하고 이렇게 상처받고 이렇게 죽을만큼 힘겨워하는데 네가 해준게 뭐가 있지? 어린양을 구원한다며… 난 왜… 나는 왜 신마저 도와주지 않는거야…… 신따위 없어… 하느님 따위… 있었다면 날 이렇게 고통 스럽게 하지 않았어야지… 그래야 하잖아!… 하느님이라는 존재마저 위선자!…위선자!…위선자!!…'

 "빌어먹을 하느님 따위!!! 이리 나와봐!!! 내가!!… 내가!!… 죽여버릴꺼야!!!!"

 아이의 마음 한구석은 그날 그렇게 또 한부분이 부셔진 마리오네트 마냥 부셔저 내렸다.



 4번째 프롤로그…, 4번째에서 끝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긁적.
 이걸로 프롤로그를 끝내고 좀 성장한 시기의 본래 예정으로 전개를 해야할지,
 5번째 프롤로그를 작성해야할지 고민이 되고 있네요 ^^;;

 간만에 다시 자작한 프롤로그 4부입니다만…
 다시 이어쓴다고 1,2,3을 저 자신도 다시 보고 느낌을 되살려야하는 노고를 지나야 했습니다 (…)
 역시 소설은 꾸준히 느낌을 이어 가는것이 중요한것을 다시한번 되새겨 보는 Kinesis 였습니다.

 언젠가 소설을 완결할 수 있게 된다면 책으로도 한번 내보고 싶은 욕심을 가져봅니다.